호기심에서 출발한 오프셋 바리톤
페리페리(Periphery)의 미샤 만수르는 잭슨에서 주로 슈퍼스트랫 계열 기타를 만들어 왔다. 프로 시리즈 저거넛(Juggernaut) 시그니처가 대표적이다. 그런 그가 2026년 4월 영상에서 꺼내 든 것은 성격이 전혀 다른 악기, 아미 드랩(army drab) 헤비 렐릭 마감의 잭슨 커스텀숍 바리톤 서프캐스터다. 출발점은 호기심이었다. 오프셋 기타를 좋아하던 그는 늘 쓰는 회로와 넥, 지판 구성을 베이스 식스(bass VI) 스케일 위에 얹으면 어떤 악기가 될지 궁금했다고 말한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쓰임새를 정하지 않고 받은 기타가 곡을 불러냈고, 그 흐름은 밴드 동료 제이크와 마크에게까지 번졌다. 미샤에 따르면 밴드 앨범 가운데 네 곡이 이 셋업에서 나왔다. 기본 튜닝은 일반 기타보다 한 옥타브 낮은 E부터 E까지, 베이스 식스의 음역이다.
30인치 스케일을 다루는 법
30인치 바리톤이라면 넥 쪽으로 쏠리는 무게부터 걱정하게 된다. 이 기타는 브리지를 바디 아래쪽에 낮게 배치해 균형을 잡았고, 미샤는 이 길이의 악기치고 꽤 아담하다고 평가한다. 제작은 그의 기타를 여러 대 만들어 온 커스텀숍 마스터 빌더 팻(Pat)이 맡았다. 헤비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설명하지 않아도 의도를 알아들었다는 것이 미샤의 말이다.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브리지 픽업의 자리였다. 계산상 맞아 보이는 위치도 결국 귀와 손의 감각으로 다시 잡아야 했고, 팻은 몇 대를 거듭 만들며 완성도를 높였다. 사양은 철저히 현대적이다.
- 베어 너클(Bare Knuckle) 저거넛 험버커 한 쌍, 이너 코일 스플릿을 더한 3웨이 스위치
- 20인치 지판 래디어스와 스테인리스 스틸 프렛
- 로스티드 플레임 메이플 모던 넥, 락킹 튜너, 루민레이(Luminlay)
겉모습은 낡은 올드스쿨인데 속은 최신 사양이다. 미샤는 두 세계 사이에 놓인 이 해석의 여지를 팻이 정확히 잡아냈다고 본다.
B♭까지 내려가도 흐려지지 않는 저음
그는 이 기타를 훨씬 낮은 튜닝으로도 쓴다. 베이스 식스의 E 스탠더드를 반음 내리고 현 하나를 B♭ 옥타브로 맞추면, 그의 표현대로 B♭ 5현 베이스에 B♭ 유니즌을 더한 셈이 된다. 들리지 않아야 마땅할 만큼 낮은 음이 또렷하게 들린다는 점이 놀라웠고, 이후 제작에서 집중한 것도 그 명료함이었다. 동시에 그의 «슬리퍼 슈레더»로 셋업돼 속주도 무리 없이 받아 준다.
시제품이 남긴 것들
영상에는 개발 과정의 기타도 등장한다. 첫 시제품은 검은 기타 위에 누군가 셸 핑크를 덧칠한 듯한 헤비 렐릭으로, 검정이 아니라 분홍이고 싶었던 기타라는 이야기를 담았다. 여기에 베어 너클 라그나로크(Ragnarok)와 저거넛을 나눠 달아 비교했고, 더 높은 자리에 있던 픽업을 브리지 쪽으로 옮겨 보기도 했다. 처음부터 거의 완벽했던 개념 증명이었다는 평가다.
다른 한 대는 에버튠(EverTune) 브리지를 달았다. 스튜디오 시간의 상당 부분이 튜닝으로 새어 나가고, 특이한 튜닝으로 공연할 때는 무대에서도 필수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새 앨범의 큰 몫을 이 바리톤으로 쓰게 되면서 음정 걱정 없이 연주에만 몰두할 기타가 필요했다. 커버를 씌운 저거넛 두 개, 그가 가진 커스텀숍 텔레캐스터에서 따온 청록색, 목업을 거쳐 고른 흰색 픽가드가 이 기타의 얼굴이다.
희귀하지만 계속 영감을 주는 악기
완성형은 세월을 먹은 렐릭 서프캐스터처럼 보이지만 연주감과 소리는 지극히 현대적이다. 깨끗한 클린부터 가장 무거운 사운드까지 오가는 그에게 다재다능함은 필수였다. 브리지의 저거넛은 오른손의 강약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22프렛 넥 덕분에 하모닉 지점 바로 아래 놓인 넥 픽업은 풍성하게 울린다. 마스터 빌더가 만드는 커스텀숍 런이라 앞으로도 희귀한 기타로 남겠지만, 미샤는 이 악기가 영감을 얻을 연주자의 손에 닿기를 바란다. 튜닝만큼이나 기타의 형식을 바꾸는 일이 놀라운 결과를 낸다는 것, 그리고 이 기타에서 꺼낼 아이디어가 아직 한참 남았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