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시퀀서의 손맛을 다시 꺼내다
디지털 시퀀싱 환경은 기능이 넘쳐서 오히려 무엇을 골라야 할지 망설이게 만든다. Behringer는 2026년 11월 공개한 영상에서 그 반대편, 즉 아날로그 워크플로가 주는 즉각적인 촉감에 주목했다. 오래된 클래식 시퀀서들이 중고 시장에서 여전히 수천 달러에 거래된다는 점이 출발점이다. 그렇게 다시 태어난 제품이 1601이다. 원형의 손으로 조작하는 재미는 지키되, 지금의 작업자가 어떤 작업실에서든 부담 없이 들일 수 있는 형태로 다듬었다는 것이 브랜드의 설명이다.
1601이 내세우는 장점은 속도다. 리프나 패턴을 떠올리는 순간 바로 만들 수 있고, 클릭할 마우스도 들어가야 할 메뉴도 없다. 페이더를 밀고 당기며 귀에 맞을 때까지 다듬으면 된다. 영상은 이를 «느낌이 맞을 때까지 조정하면 된다»는 한마디로 요약한다.
16스텝과 듀얼 8스텝, 직렬과 병렬
기본은 16스텝 시퀀서다. 여기에 이를 8스텝 두 개로 나눠 동시에 돌리는 듀얼 모드가 더해진다. 시퀀서 A와 B는 각자 CV 출력을 따로 갖고 있어 직렬이 아닌 병렬 구동이 가능하다. 영상에서는 두 개의 신스 모듈이 내장된 신디사이저에 A와 B를 하나씩 물려, 두 성부가 각기 다른 패턴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원작 설계에서 그대로 가져온 게이트 버스 라우팅 매트릭스도 눈에 띈다. 스텝마다 3방향 스위치가 달려 있어 출력마다 다른 타이밍의 게이트를 보낼 수 있다. 패치 포인트가 많은 신디사이저나 유로랙 시스템과 함께 쓰기 좋은 구조다.
- 스킵 로직: 게이트 버스 3이 활성화된 스텝을 건너뛴다.
- 리셋 로직: 지정한 스텝에서 처음으로 돌아가 시퀀스 길이를 줄인다.
- 스텝 트리거 버튼: 각 스텝을 눌러 바로 소리 낼 수 있어 탐색과 라이브 연주에 쓴다.
- 스텝 랜덤라이저: 시퀀서 섹션에 내장되어 있다.
클록, CV, 동기화까지
클로킹 모듈도 원형을 따른다. 재생·정지 트랜스포트 버튼, 게이트 버스 1에 기본 연결된 클록 FM, 펄스 폭 조절이 있고 기능마다 패치 포인트가 마련됐다. 오른쪽의 CV 모듈은 시퀀서 A와 B에 각각 출력과 입력, 양자화 출력을 제공한다. 양자화 출력은 음정을 가장 가까운 반음에 맞춰 주어 아날로그 시퀀서에서 특히 쓸모가 크다. 건반을 연결할 CV 입력과 멀트 네 개도 갖췄다.
동기화 쪽으로는 아날로그 싱크 입출력, 내부 동기화 소스 스위치, 싱크 디바이더가 있고, 뒷면에는 MIDI 입력과 스루, USB 단자가 있다. 영상 후반에는 시퀀서 A로 음정을, 시퀀서 B로 필터를 움직이는 응용도 소개한다. 외부 신디사이저 소리를 필터에 통과시키고 B로 필터 액센트를 주면 리듬감 있는 변화가 생긴다. 2600과의 궁합도 언급되지만, 진행자는 어떤 신디사이저와도 금세 시퀀스를 짤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1601의 매력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