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보다 기록을 위한 아트 프로젝트
Electronic Audio Experiments(EAE)는 2026년 10월 28일 Balance라는 페달의 테크 데모 영상을 공개했다. Balance는 기타 브랜드 Obstructures, 그리고 EAE와 오래 알고 지낸 Dirge의 Evan이 함께 만든 페달이다. Obstructures와 협업하고 남은 인클로저가 있었는데, Evan이 Obstructures 팀과 함께 이를 조립하면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진행을 맡은 EAE의 John은 이 작업이 브랜드 초창기를 떠올리게 하는 아트 프로젝트 같다고 말했다. 정식 판매 여부는 영상을 찍을 때까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Dirge가 늘 한 번 만들고 끝나는 작품을 내 온 곳이기 때문이다. 이 영상은 지금 모습 그대로의 페달을 남겨 두려고 만든 기록에 가깝다. 다만 회로도는 남아 있어서, 반응이 좋으면 언젠가 더 오래 남는 형태로 돌아올 수 있다고 밝혔다.
실리콘 파워 트랜지스터 퍼콜레이터
Balance의 뿌리는 하모닉 퍼콜레이터 계열 퍼즈다. 퍼콜레이터 회로는 모두 실리콘 파워 트랜지스터로 만들었다. 파워 트랜지스터는 소신호용 트랜지스터보다 이득이 낮고 반응도 느리다. Evan과 John은 몇 년 전에도 Evan이 기판에 직접 만들고 고친 퍼콜레이터를 바탕으로 한 페달을 함께 낸 적이 있다. 입력단에는 버퍼를 달았다. 영상은 이 설계를 Steve Albini가 퍼콜레이터 앞에 노이즈 게이트를 두던 방법과 연결해 설명한다. 게이트의 출력 버퍼가 기타보다 훨씬 낮은 임피던스로 신호를 넘겨 주면 이득이 크게 늘어난다. 보통 퍼콜레이터는 입력 임피던스가 낮아서 패시브 픽업의 신호를 깎아 먹는데, Balance는 그런 문제가 없다.
- Gain: 입력단의 분배기로, 기타 볼륨 노브와 비슷하게 작동한다. 트레블 블리드가 있어 게인을 낮게 두면 유리처럼 맑고 반짝이는 소리가 난다.
- Treble·Bass 슬라이더: James 톤 스택으로 된 셸빙 필터 한 쌍이다.
- LM386 출력단: 작은 파워 앰프 칩으로, EQ를 거친 신호를 뜨겁게 과부하시킨다.
스스로를 집어삼키는 소리
데모에서는 Obstructures 기타와 진공관 앰프를 쓰고 다른 처리는 하지 않았다. 게인을 끝까지 내리고 EQ를 가운데에 두면 트레블 블리드 덕분에 로파이하면서도 맑은 소리가 난다. 여기서 베이스를 올리면 Evan이 아끼는 클린 부스트 세팅이 된다. 게인을 올리면 퍼즈가 곧 무너져 버릴 듯한 소리로 바뀐다. 과부하가 걸리면 처지고 눌리는 컴프레서처럼 들리는데, 제작진은 이 점을 결함이 아니라 의도한 기능이라고 강조한다. 입력단 버퍼 덕분에 게인을 높인 상태에서도 기타 볼륨 노브를 줄여 소리를 정리하는 반응이 좋다. 이때는 트레블 블리드가 작동하지 않아서, 기타 볼륨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그 사이 질감을 고를 수 있다. 트레블 슬라이더는 변화 폭이 아주 크고, 컨트롤마다 소리를 깎기보다 더해 주는 느낌이 든다.
시간과 함께 변하는 구리 패널
모든 유닛은 Evan이 손으로 칠했다. 이름이 각인된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파란색 페인트를 시험해 본 유닛도 있었다. 구리 페이스 플레이트에는 마감 처리를 하지 않아서 시간이 지나면 산화하며 색이 바랜다. 매사추세츠의 습한 날씨 탓에 벌써 꽤 산화한 유닛도 있다. John은 Balance를 «정말 다르게 연주하도록 강요하는 페달»이라고 소개했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이 퍼즈는 연주자의 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내는 악기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