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가 손에 쥐는 악기를 만든다면
Abbey Road Studios가 '연주자가 직접 손에 쥐는 악기 안에 Abbey Road를 담는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을 던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Gretsch가 공개한 영상은 그 질문에서 출발한 한정판 Abbey Road RS201 Studiomatic의 개발 과정을 따라간다. 스튜디오에는 기타를 만드는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제작사와 손잡아야 한다고 판단했고, Gretsch에 협업을 제안했다. 내부에서는 Jeremy가 참여 의사를 묻는 메일을 돌렸고, 기타를 치는 Chris, Matt, Freddy가 곧바로 합류했다. 목표는 이미 훌륭한 악기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녹음이라는 Abbey Road의 일에 맞게 진화시키는 것이었다.
방에서 듣던 톤과 세션의 톤 사이
출발점은 기타리스트라면 누구나 겪는 경험이다. 집에서 혼자 연습할 때는 저음이 꽉 찬 소리가 좋지만, 녹음 현장에서는 다른 악기에 자리를 내주려고 EQ로 저역을 한참 덜어 내게 된다. 팀은 이 과정을 처음부터 고려한 기타라면 앰프가 불필요한 저역 없이 효율적으로 일하고, 다른 악기도 숨 쉴 공간을 얻는다고 봤다. Gretsch는 먼저 직접 감은 픽업 세트를 데모 기타에 달아 보냈고, 스태프들은 이 하이 데피니션 픽업의 어택과 다른 악기 사이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성격을 높이 샀다. 이후 Chris와 Matt는 세션이 끝난 어느 저녁 Matt의 방에서 배선을 엮어 작은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Gretsch식 컨트롤 배치는 유지하되 회로는 사실상 완전히 새로 짰다.
EMI의 럼블 필터를 기타 안으로
RS201 Studiomatic의 핵심은 럼블 필터다. 1950~60년대 EMI 기술팀이 남긴 혁신 가운데 하나로, 필요 없는 저역을 신호에서 덜어 내는 회로였다. 이를 기타에 넣으면 콘솔에 닿기 전에 EQ 작업의 절반이 끝난다는 것이 팀의 발상이다. 초기 프로토타입에는 필터 위치가 다섯 개까지 있었지만 완만한 버전과 더 과감하게 깎는 버전 두 가지로 정리됐다. 필터는 브리지 픽업이나 넥 픽업 한쪽에만, 또는 두 픽업 모두에 걸 수 있다. 픽업마다 따로 있는 톤 컨트롤에도 필터가 결합돼 있어 톤 노브가 픽업별 보이싱 컨트롤처럼 고역과 저역을 함께 다듬는다.
시연에서 차이는 분명하다. 필터를 끄고 톤과 볼륨을 모두 연 채 퍼즈를 걸면 피드백이 많고 저역이 풀어진 소리가 나지만, 필터를 걸자 같은 세팅이 훨씬 다루기 쉬운 소리로 정리된다. 세션 연주자는 강한 드라이브에서 특히 쓸모가 크고, 늘 뭉개져 피하던 넥 픽업을 쓸 수 있게 된다고 평가했다. 더블 트래킹에서 기타를 바꾸지 않고 좌우 톤에 차이를 줄 수 있다는 점도 꼽았다. 기타를 바꾸면 인토네이션 차이로 코러스처럼 들리기 쉽고, 페달로 하이패스를 걸면 원치 않는 왜곡이 따라온다.
Gretsch의 외관에 담긴 Abbey Road의 디테일
외관은 클래식 Gretsch의 문법을 따른다. 지판의 하프문 인레이, 어두운 무대에서 잘 보이는 Luminlay 마커, 골드 하드웨어와 클래식 월넛 스테인 피니시, 커스텀 와운드 Filter'Tron 픽업, V 컷아웃이 있는 Bigsby, 'Studiomatic' 문구가 들어간 Abbey Road 로고가 어우러진다. Bigsby 사용 시 튜닝 안정성을 돕는 Tusq 너트와 락킹 튜너도 갖췄다. 노브에는 옛 TG 스타일의 치킨헤드를 썼고 스위치도 Gretsch 기본 부품 대신 옛 EMI 스타일을 골랐다. 볼륨과 톤 배선은 1950년대의 전통 방식이라, 볼륨을 줄여도 소리가 먹먹해지지 않고 고역을 유지한 채 깨끗해진다. 볼륨 팟 주변에 커패시터와 저항을 덧대지 않고 얻은 결과다. 케이스의 파란 안감은 Studio Two 정문의 빨간 페인트가 벗겨진 자리에 드러나는 원래 문 색을 닮았다.
RS 넘버가 붙은 첫 협업 악기
RS 넘버는 기술 엔지니어가 만든 장비를 사운드 엔지니어가 현장에서 시험하던 Abbey Road의 협업 전통에서 나왔다. 오디오 제품 책임자 Mirek Stiles는 이 기타를 그 혁신의 계보에 넣는 방법을 정리했고, 협업으로 만든 악기에 RS 넘버가 붙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기타를 살펴본다면 럼블 필터의 두 단계와 픽업별 적용 조합을 자신의 앰프와 드라이브 세팅에서 비교해 보는 것이 좋다. 넥 픽업을 쓰는 하이게인 톤이나 더블 트래킹처럼 평소 EQ로 씨름하던 상황에서 차이가 가장 크게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