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오디오의 기본기, XLR부터
HOSA가 2026년 11월 공개한 Studio 101 영상은 프로 오디오의 기초를 다시 짚는 시리즈의 하나로, 이번 주제는 XLR이다. 진행자 Lane은 XLR을 좋아하는 첫째 이유로 견고함을 꼽는다. 스튜디오에서 신호가 끊겨도 원인이 XLR 케이블인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 엔지니어들의 공통된 경험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자주 꽂고 빼는 프로 장비라면 거의 어디서나 이 커넥터를 만나게 된다. 마이크를 프리앰프에 잇거나, 라인 레벨 장비끼리 연결하거나, 믹서와 인터페이스 출력을 스피커로 보낼 때 모두 XLR이 쓰인다.
엄밀히 말해 XLR은 케이블이 아니라 커넥터의 이름이다. 수컷 쪽은 단단한 원통형 쉘이 꽂을 때 위치를 잡아 주고 내부 핀을 감싸 보호한다. 암컷 쪽에는 잠금 장치가 있어 결합 상태를 붙잡아 두며, 패널형 암컷 단자는 작은 버튼을 눌러 분리한다. 일반적으로 수컷은 신호를 내보내는 출력, 암컷은 받는 입력이다. 보통 케이블은 양 끝이 수컷과 암컷이라 여러 개를 이어 길이를 늘리기도 쉽다.
3핀 배선과 길게 만든 1번 핀
가장 흔한 3핀 XLR은 밸런스드 신호 하나를 실어 나르며, 긴 구간에서도 간섭을 상쇄하도록 설계됐다. 핀 구성은 다음과 같다.
- 1번 핀: 케이블 실드와 연결된 접지
- 2번 핀: 핫(+) 신호
- 3번 핀: 콜드(-) 신호
흥미로운 대목은 1번 핀이 다른 두 핀보다 조금 길다는 점이다. 슬리브가 정렬을 잡아 주는 덕분에 접지가 가장 먼저 닿아 쌓인 정전기와 잔류 전압을 흘려보내고, 뽑을 때는 가장 늦게 떨어진다. 전원이 켜진 상태에서 기타 케이블을 꽂을 때 나는 잡음이 XLR에서 생기지 않는 이유다. 4핀부터 7핀까지의 변형도 있으며, 스테레오 마이크나 별도 전원이 필요한 진공관 마이크처럼 특수한 용도에 쓰인다.
X, L, R에 담긴 이름의 역사
오디오 엔지니어로 20년 가까이 일한 Lane조차 최근에야 알았다는 이름의 유래도 소개된다. 1900년대 중반 캐논 일렉트릭이 내놓은 X 시리즈가 출발점이고, 실수로 빠지지 않도록 잠금 걸쇠(Latch)를 더한 것이 XL, 내구성과 방습을 위한 고무 씰(Rubber seal)을 추가한 최종형이 XLR이다.
같은 커넥터, 다른 쓰임
디지털 오디오 규격 AES/EBU도 같은 커넥터를 쓰지만 케이블은 고주파 데이터를 위한 110옴 사양이며, 한 케이블로 두 채널을 보낸다. 구분을 위해 파란색 표시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조명과 포그 머신을 제어하는 DMX 역시 110옴에서 동작한다. 1986년 제정된 DMX512 표준은 5핀을 규정했는데, 기능 확장과 3핀 오디오 케이블과의 혼동 방지를 고려한 선택이었다. 다만 입문용 조명에는 3핀도 흔하다. 핀 수가 같다면 AES와 DMX 케이블은 대체로 바꿔 쓸 수 있지만, 영상은 장비 사양을 꼭 확인하라고 당부한다.
무선 바디팩이나 필드 믹서에서 보이는 «미니 XLR»은 사실 TA 계열 커넥터의 통칭으로, TA3가 가장 흔하고 TA4·TA5도 있다. Lane이 꼽은 가장 독특한 사례는 무선 토크백 리모트 수신기 출력으로, 소파의 프로듀서가 아티스트에게 말을 걸 수 있게 해 줬다. 베테랑 엔지니어 앞에서는 이 버튼을 «피클 스위치»라고 불러 보라는 팁도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