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에게 먼저 묻는 연주자
Native Instruments가 2026년 11월 5일 공개한 인터뷰 영상에서 닐스 프람(Nils Frahm)은 음악을 말로 다 옮기기 어려운 마음의 언어라고 부른다. 그는 말로 설명하려 할수록 스스로도 자신이 없어지지만, 소리로는 훨씬 쉽게 통한다고 털어놓는다.
그가 피아노를 대하는 태도는 독특하다. 피아노마다 고유한 세계가 있다고 보고, 자기 아이디어를 앞세우기보다 한발 물러서서 그 악기가 원하는 음악을 찾으려 한다. 몇 년을 곁에 두고도 끝내 그 지점에 닿지 못하는 피아노도 있다고 그는 담담히 말한다. 악기와의 대화에는 늘 어느 정도의 오해가 따른다는 것이다.
마이크 하나를 위해 설계된 방
인터뷰의 무대는 베를린의 Funkhaus다. 1950년대부터 옛 동독의 방송국으로 쓰인 건물로, 클래식부터 팝, 재즈, 실내악까지 온갖 음악이 이곳에서 녹음됐다. 프람이 소개하는 Z 3 스튜디오는 원래 마이크 한 대로 연주 전체를 담는 방식을 전제로 지어졌다. 근접 마이킹과 멀티 마이크 믹싱이 자리 잡기 전이라, 방 자체가 좋은 소리를 만들어야 했다. 기울어진 천장과 서로 평행하지 않은 벽이 그 결과물이다. 프람은 이곳을 가장 좋아하는 녹음실로 꼽는다.
M370에서 M450으로
이야기는 2013년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된다. 피아노 제작자 데이비드 클라빈스(David Klavins)가 만든 키 큰 업라이트 M 370을 보고 그 소리가 궁금해진 프람은 직접 편지를 썼다. 이듬해 그는 독일 남부 튀빙겐까지 차를 몰고 가 사나흘 동안 녹음했고, 이 작업은 앨범 Solo로 이어졌다.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피아노의 음향적 가능성을 넓히려는 클라빈스와 프람은 금세 의기투합했다. 두 사람은 2015년 더 높은 피아노 M 450을 만들기로 했고, 이 악기가 Funkhaus에 들어오기까지 다시 4년이 걸렸다. 설치 후에도 피아노 기술자 카르스텐 슐츠(Carsten Schulz)와 함께 해머 위치와 타현 지점을 다듬어 연주감과 음색의 균형을 맞췄다. 프람은 어쿠스틱 악기가 제 소리를 찾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저장고에서 익어 가는 와인에 빗댄다.
- 열린 구조: 목재 외장을 모두 걷어내 현과 프레임을 드러냈고, 커진 음량은 해머와 현 사이에 여러 종류의 천을 넣어 다스렸다.
- 저음의 성격: 신디사이저가 함께 울리는 듯한 깊은 기저음이 있어, 보통 피아노에서는 뭉개지는 낮은 화음도 쓸 수 있다고 한다.
- 앨범 Night: 프람은 이 앨범이 M450이 있었기에 나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옮길 수 없는 악기를 모두에게
이런 거대한 피아노는 옮길 수 없어 연주하려면 직접 찾아가야 한다. 2014년 튀빙겐 녹음 현장에서 만난 Native Instruments의 Ollie는 이 악기를 샘플링해 누구나 쓸 수 있게 하자는 구상을 품고 있었다. 프람은 그 팀의 타협 없는 작업을 지켜보며 피아노 샘플링이 얼마나 방대한 일인지 실감했다고 한다.
2015년 Piano Day를 시작할 때 팬들의 후원을 받았던 그는 이 샘플 악기 Vertikal을 그 공동체에 대한 보답으로 여긴다. 가장 큰 피아노를 만든 것이 무모했을지도 모른다고 웃으면서도, 약 10년에 걸친 여정의 결실을 세상에 내놓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다음 계획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