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는 쓰는 것이 아니라 따라가는 것
2026년 9월 던롭(Dunlop) 채널에 공개된 80초 분량의 인터뷰에서 기타리스트 맷 파이크(Matt Pike)는 솔로를 만드는 방식을 털어놓는다. 그는 솔로를 «쓰지» 않는다. 즉흥연주로 시작해 곡의 키를 찾고, 그다음은 노래가 가는 대로 따라간다. 그는 스스로를 하나의 그릇에 비유한다. 우주가 자기 손을 빌려 곡을 쓰는 것 같고, 그렇게 나온 소리가 좋게 들리면 그것이 곧 답이라는 것이다.
계획보다 본능을 믿는 태도지만 아무렇게나 치는 것과는 다르다. 키와 곡의 흐름이라는 기준을 먼저 잡고, 그 안에서 손이 움직이도록 맡긴다. 그의 즉흥은 곡을 깊이 듣는 데서 출발하는 셈이다.
«빌리 기번스라면 여기서 뭘 할까»
그렇다고 본능에만 기대지는 않는다. 그는 특정한 맥락에서 다른 기타리스트를 일부러 흉내 내 본다. 음반마다 제프 해너먼(Jeff Hanneman) 스타일의 솔로를 하나씩 넣는 것도 그런 습관이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아서 넣는다는 그 솔로는 늘 D-비트 곡에 들어간다. D-비트는 하드코어 펑크 쪽에서 쓰이는 질주형 드럼 비트다. 다른 곡에서도 실험은 이어졌다. 블랙 메탈처럼 들리는 곡 위에 슬래시(Slash) 식의 솔로를 얹으면 무엇이 나올지 시험해 본 것이다.
그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빌리 기번스(Billy Gibbons)라면 여기서 뭘 할까. 흥미로운 것은 결과다. 그렇게 다른 연주자를 떠올리며 시작해도 보통은 처음 생각과 전혀 다른 접근으로 끝난다고 그는 말한다. 남의 어휘를 빌려 오는 시도가 오히려 자기 안의 새 길을 열어 주는 것이다.
일주일 동안 들은 백파이프
그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여러 음악을 듣는다. 이번 음반의 마지막 곡을 앞두고는 일주일 내내 스코틀랜드 백파이프를 들었다. 그리고 그 곡에 솔로를 넣으면서 기타가 백파이프처럼 들리도록 만들려고 했다. 그렇게 나온 솔로가 지금까지 그가 만든 솔로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것이라고 한다. 기타 밖의 소리에서 출발한 시도가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로 돌아온 셈이다.
즉흥, 모방, 그리고 전혀 다른 악기의 소리. 서로 어긋나 보이는 세 갈래가 맷 파이크의 솔로에서는 하나로 이어진다. 기준을 세운 뒤에는 손을 믿고, 막힐 때는 다른 연주자나 다른 악기의 귀를 빌려 오라는 것이 그가 들려주는 «본능을 믿는 법»이다. 솔로가 매번 비슷해진다고 느끼는 연주자라면, 다음 곡에서 «그 사람이라면 어떻게 칠까»를 한 번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