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막이로 나뉜 음, 그 사이를 묻다
D'Addario가 2026년 10월 공개한 'Sounding it out' 영상에서 제이콥 콜리어는 5현 기타와 빨간색 건반을 앞에 두고 미분음을 이야기한다. 그가 내리는 정의는 간단하다. 미분음은 우리가 익숙하게 쓰는 음들 사이에 놓인 또 다른 음들이다.
콜리어는 먼저 역사를 짚는다. 약 500년 전부터 사람들은 특정한 조율 체계에 맞춰 고정된 악기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중 가장 널리 퍼진 것이 12음 평균율이다. 본래 끊김 없이 흐르던 음높이를 일정한 구획으로 잘라 나눈 셈이다. 기타 넥 위의 프렛이 음을 고른 간격으로 쪼개고, 피아노 건반이 누를 때마다 정해진 하나의 음을 내는 것도 같은 원리다. 그는 이렇게 나뉜 음들 사이에도 그에 못지않게, 어쩌면 더 아름다운 음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려 보자고 권한다.
벤딩, 사람의 목소리를 닮은 연주
기타와 피아노는 모두 조율 체계에 묶여 있지만, 기타에는 피아노가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무기가 있다. 바로 현을 밀어 올려 음을 휘게 만드는 벤딩이다. 콜리어는 1920년대부터 1940년대 블루스 기타리스트들의 연주를 예로 든다. 그들의 언어가 세계 곳곳의 장르로 퍼져 나갔고, 그 안에서 휘어지는 음은 늘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벤딩을 사람 목소리의 흉내로 본다. 목소리는 본래 일렁이고 흔들리기 마련이고, 그래서 음과 음 사이를 오가는 소리는 표현력이 크면서도 묘하게 낯설다. 영상 속 건반에는 피치 휠이 달려 있어 피아노 소리로도 음을 휘게 할 수 있는데, 그는 그랜드 피아노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인다.
배음렬을 지렛대 삼아 낯선 조성으로
후반부에서 콜리어는 기타 한 줄의 배음렬을 차례로 짚는다. D에서 시작해 한 옥타브 위의 D, 이어 A와 D를 지나면 F샵 비슷한 음이 나온다. 그런데 이 음은 평균율의 F샵과 나란히 울리면 미세하게 어긋나 들린다. 그는 이 차이를 직접 들려주며 귀가 그 간극을 느끼게 한다.
그가 요즘 실험하는 방법은 이 배음의 F샵을 새로운 으뜸음으로 삼아 조성을 옮기는 것이다. D 조성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들리던 음이 중심이 되는 순간, 음악은 피아노 건반에는 존재하지 않는 먼 조성으로 미끄러진다. 한 방향에서 보면 논리적이지만, 방향을 틀면 논리가 흐려지는 지점이다. 콜리어는 그곳을 자신이 오래 머물고 싶은 «비논리적인 감각의 세계»라고 부르며, 거기서 미분음이라는 넓은 영역이 열린다고 말한다.
- 평균율: 연속된 음높이를 일정한 칸으로 나눈 조율 체계
- 벤딩: 프렛 사이의 음을 손끝으로 찾아가는 가장 손쉬운 미분음 연습
- 배음렬: 평균율과 다른 음정을 들려주며 새 조성으로 가는 발판이 된다
영상의 결론은 분명하다. 음과 음 사이를 탐구할 가치는 충분하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소리도 많다는 것이다. 기타리스트라면 늘 하던 벤딩 속에 이미 그 실마리가 들어 있다는 점에서, 콜리어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시작할 수 있는 실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