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톤 시리즈와 개발 배경
일러스톤은 알토닉스가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이펙터 시리즈입니다. 알토닉스는 라이브용 콘솔 믹서와 랙형 이펙터처럼 PA와 SR 계열에서 쓰는 장비를 기획하고 개발해 온 국내 회사입니다. 시리즈는 모듈레이션, 타임(딜레이), 공간(리버브) 계열 세 가지로 나뉘어 출시되었고, 이 글은 그중 모듈레이션 계열인 FLOW를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개발 배경에는 실제 연주 경험이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기타를 치고 밴드 활동을 해 온 개발 총괄자는 원하는 소리를 얻으려고 페달을 바꾸고 사고파는 과정을 많이 겪었습니다. 해외 제품을 주로 쓰면서 아쉬운 점이 많았고, 국산 페달에도 좋은 제품이 있지만 아날로그 방식 위주라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회사가 가진 디지털 기술을 많은 연주자에게 소개하고 제대로 인정받겠다는 목표로 이 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 첫 출시 세 가지 중 FLOW는 모듈레이션 계열을 담당하며, 디지털로 구현한 현대적인 소리를 지향합니다. 옛날 소리를 그대로 복원하기보다 지금의 음악에 어울리는 질감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FLOW의 구성과 기본 사용법
FLOW에는 코러스, 플랜저, 로터리, 페이저, 필터(오토와), 오토팬, 트레몰로, 비브라토까지 모듈레이션 계열 효과 여덟 가지가 들어 있습니다. 한 페달에 여러 효과가 모여 있어서, 곡 안에서 소리를 자주 바꿔야 하는 연주자에게 편리합니다.
- 코러스와 플랜저: 디스토션 체인 뒤에서 질감을 더하는 용도
- 로터리와 페이저: 움직이는 공간감과 울렁임을 만드는 용도
- 필터, 오토팬, 트레몰로, 비브라토: 음량이나 음높이를 주기적으로 흔드는 용도
세 가지 일러스톤 제품은 기본 사용 방법이 거의 같습니다. 세팅을 저장하고 불러오는 방식도 비슷하므로, 한 제품에 익숙해지면 다른 제품도 빠르게 다룰 수 있습니다. 자주 쓰는 소리를 프리셋으로 나눠 두면 곡마다 필요한 사운드를 바로 불러올 수 있습니다.
코러스: 디스토션에서도 어택을 살립니다
코러스는 많이 알려진 효과지만, FLOW의 코러스는 옛날 아날로그 코러스의 느낌보다 현대적인 소리에 맞춰 설계되었습니다. 맑고 깔끔한 음색을 중심에 두었고, 특히 디스토션을 걸었을 때 피킹의 어택이 죽는 문제를 줄이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일반적인 코러스는 디스토션과 함께 쓰면 음의 시작이 뭉개지기 쉬운데, 이 제품은 그 부분을 살리는 방향으로 구현되었습니다.
바이패스 상태에서는 소리가 곧고 단단하게 들립니다. 코러스를 켜면 소리가 풍부해지면서 공간감이 늘어나고, 피킹의 어택감은 그대로 남습니다. 아르페지오처럼 음이 하나씩 분리되는 연주에서 이 차이가 잘 드러납니다.
옛날처럼 깊게 거는 세팅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많이 쓰는 세팅은 중간 정도의 깊이이며, 이 값에서 출발해 곡의 분위기에 맞게 조금씩 옮기는 것이 좋습니다. 리드 연주에서는 얕게, 리듬 연주에서는 조금 더 넓게 걸어 보면 차이를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플랜저: 제트기가 지나가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
플랜저는 제트기가 날아가는 것 같은 소리로 알려진 효과입니다. FLOW의 플랜저도 깔끔하게 설계되었고, 디스토션과 함께 많이 쓰이는 점을 고려해 어택감을 살리는 데 신경 썼습니다. 코러스와 비슷하게 들리기 쉽지만, 세 번째 노브인 인텐시티를 올리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인텐시티를 올리면 피드백이 도는 소리가 함께 들어가고, 위상 변화가 훨씬 크게 일어납니다. 그 결과 코러스보다 날카롭고 선명한 소리가 됩니다. 속도를 빠르게 돌리면 소리의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느리게 돌리면 부드럽게 일렁이는 질감이 됩니다.
디스토션 리드 톤에 긴장감을 더하고 싶을 때 플랜저가 잘 맞습니다. 같은 프레이즈라도 플랜저를 걸면 음의 방향이 한층 또렷하게 들립니다. 코러스와 플랜저를 번갈아 써 보면 두 효과가 만드는 긴장감과 부드러움의 차이를 쉽게 비교할 수 있습니다.
로터리: 레슬리 스피커의 회전감을 옮긴 효과
로터리는 레슬리 스피커처럼 소리가 회전하는 느낌을 재현한 효과입니다. 레슬리 스피커는 교회나 올겐 연주에서 오랫동안 쓰여 온 장비이고, 특유의 소리를 좋아하는 연주자도 많습니다. FLOW는 그 공간감을 살리면서도 누구나 쓰기 쉽도록 만들었습니다.
노브를 12시 방향에 두면 대부분의 상황에서 무난한 사운드가 나옵니다. 처음 쓰는 사람도 바로 좋은 소리를 얻을 수 있도록 기본 세팅을 그렇게 잡았습니다. 속도를 올리면 회전이 빨라지고, 소리의 움직임도 함께 빨라집니다.
이 효과의 특징은 소리만 도는 것이 아니라 음량도 함께 변한다는 점입니다. 실제 레슬리 스피커는 스피커가 돌면서 마이크와의 거리가 바뀌기 때문에 음량이 달라집니다. FLOW는 이 원리를 시뮬레이션해 음량 변화까지 표현합니다. 그래서 단순한 회전 이펙터보다 훨씬 입체적인 움직임이 느껴집니다.
페이저와 필터: 울렁임과 와 효과
페이저는 옛날 페이저 제품의 소리를 오마주해 만든 효과입니다. 소리가 옛날 소리에 가까우면서도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독특한 질감이 있습니다. 블루스 기타나 타워 파워 같은 사운드에서 떠올리는 울렁이는 느낌을 원하는 연주자에게 맞습니다. 스테레오로 들을 때 효과가 더 잘 느껴지는 편입니다.
필터는 오토와와 같은 방식으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속도를 조절하면 잽 베이스나 슬랩 연주에서 많이 쓰는 와 소리가 만들어집니다. 최근에는 슬랩 주법을 쓰는 연주자가 많아서 이런 와 효과를 찾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믹스 값은 보통 100퍼센트로 맞춰져 있어, 일반적인 오토와처럼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바로 나옵니다. 풋와 페달을 밟는 감각으로 쓰고 싶다면 이 설정을 기준으로 삼으면 됩니다. 믹스를 가운데에 두면 드라이 소리와 와 소리가 섞이고, 반 정도만 섞으면 와 효과가 부드럽게 어우러집니다. 와와 소리는 우는 아기 소리 같은 특징적인 음색으로 이어지므로, 원하는 캐릭터에 맞게 믹스를 골라 쓰면 됩니다.
트레몰로, 오토팬, 비브라토: 음량과 음높이를 흔듭니다
트레몰로는 음량을 주기적으로 흔드는 효과이고, 오토팬은 소리를 좌우로 돌리는 효과입니다. 앰프 한 대로 모노 출력을 쓰면 두 효과는 같은 소리가 됩니다. 그래서 모노 환경에서는 둘을 따로 구분하기보다, 어떤 움직임을 원하는지에 따라 골라 쓰는 편이 실용적입니다. 스테레오 환경에서는 오토팬이 좌우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공간감이 커집니다.
트레몰로와 오토팬을 만드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진공관 앰프의 원리를 이용한 방식, 옵토 커플러를 쓰는 방식, 디지털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FLOW는 디지털 방식을 기반으로 노브 조절에 따라 소리의 성격을 바꿀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디지털 방식은 소리가 매우 부드럽습니다. 편안한 질감을 원하면 잘 맞지만, 자극적인 움직임을 원하면 조금 밋밋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게이트 방식으로 끝까지 돌리면 파형이 끊기면서 소리가 뚝뚝 끊깁니다. 중간 정도에 두면 진공관 방식에 가까운 소리가 되고, 파형의 윗부분이 뭉툭해지는 세츄레이션이 생겨 울컥거리는 느낌이 강해집니다.
끊기는 효과는 속도를 높이면 재미있게 나옵니다. 사각형 파형 쪽으로 돌리면 어택이 살아 있어서 차퍼처럼 소리를 끊는 표현이 가능합니다. 비브라토는 음량이 아니라 피치를 흔드는 효과입니다. 밴딩이나 비브라토 주법을 직접 하지 않아도 음정이 흔들리므로 단선율 솔로에서 특히 효과적입니다. 깊게 걸면 한 음에서 한 음 반 정도까지 크게 흔들리고, 흔들림의 양도 따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생산이 중단되어 가격이 크게 오른 보스 VB-2 같은 비브라토를 찾는 연주자에게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분에게 어울립니다
국산 디지털 이펙터를 찾는 기타리스트에게 잘 맞습니다. 디스토션을 자주 쓰면서도 어택이 죽지 않는 코러스와 플랜저를 원하는 사람에게 적합합니다. 한 페달 안에서 레슬리 스피커 질감과 옛날 페이저 소리, 와 효과, 트레몰로까지 쓰고 싶은 사람에게도 좋은 선택지입니다.
- 디스토션 사운드에 코러스나 플랜저를 더하고 싶은 연주자
- 교회나 올겐 연주에서 쓰던 회전 사운드를 찾는 연주자
- 슬랩 베이스 연주에 와 효과를 더하고 싶은 연주자
- 단선율 솔로에 비브라토를 더하고 싶은 연주자
여러 효과를 한 페달에서 다루고 싶지만 세팅을 복잡하게 만지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도 맞습니다. 12시 방향 같은 기본 값에서 출발해 취향에 맞게 조금씩 바꾸는 방식으로 쓰면 금방 자기 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