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버드 «투데이스기어»에서 다룬 시어(SIRE) 마커스 밀러 V10 5현 베이스를 정리합니다. 외관과 사양부터 넥의 착용감, 브릿지 구조, 액티브와 패시브의 차이, 그리고 슬랩과 핑거링에서 나오는 소리까지 차례대로 설명합니다.
로스트 메이플 넥과 애쉬 바디
이 베이스는 로스트 메이플 넥에 메이플 지판을 얹었고, 지판 측면에는 아발론 블록 인레이를 넣었습니다. 로스트 처리된 메이플은 나뭇결이 진하게 드러나서 악기를 세워 두었을 때 외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바디는 애쉬로 만들었고 상판에는 퀼트 메이플 무늬를 올려 전체 분위기를 한층 고급스럽게 맞췄습니다.
외관의 나무 결은 장식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애쉬 바디와 메이플 넥의 조합은 이번 베이스가 지향하는 소리 콘셉트와 잘 맞아떨어지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바디와 넥의 재료를 함께 보면 이 모델이 어떤 음색을 목표로 했는지 짐작하기 쉽습니다.
두꺼운 넥과 롤드 프렛
넥은 확실히 두껍습니다. 손바닥을 넥 전체로 감싸는 느낌이 강해서, 손이 큰 분이라면 넥이 손바닥을 꽉 채운다고 느끼실 겁니다. 반대로 빠른 속주 위주로 연주하거나 얇은 넥에 익숙하신 분이라면 처음에는 무게감과 굵기가 낯설 수 있습니다.
지판의 프렛 끝은 롤드 프렛 방식으로 둥글게 다듬어져 있습니다. 연주 중 손끝에 날카로운 부분이 걸리지 않고, 바인딩 방식에 비해 리프렛 작업에 문제가 적다는 점도 고려된 선택입니다. 지판을 잡을 때 일반 지판보다 손에 더 단단하고 자연스럽게 감기는 느낌을 줍니다.
엄지를 넥 위에 얹는 주법에도 특징이 있습니다. 4현 베이스나 펜더 계열 악기에 익숙하신 분은 엄지를 넥 뒤쪽에 걸치는 습관이 있을 텐데, 넥이 두꺼워서 5현 기준으로는 엄지가 닿기 어렵습니다. 롤드 프렛 덕분에 엄지를 걸쳐 두어도 걸리적거리지 않아 그 부분의 착용감은 좋은 편입니다.
마커스 밀러 브릿지와 바디 스루 현 고정
브릿지는 마커스 밀러의 요청에 따라 기본 사양에서 바뀐 헤비 매스 브릿지입니다. 빈티지 느낌이 나는 새들은 긴 레일 형태이며, 현 간격을 따로 조절하지 않고 홈에 맞춰 고정되는 구조입니다. 이런 구성은 현의 진동을 단단하게 잡아 주는 방향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바디 스루 방식을 지원하기 때문에 뒷면의 구멍으로 현을 통과시켜 고정할 수도 있고, 일반적인 전통 세팅으로 바디 위쪽에서 고정할 수도 있습니다. 바디 스루 세팅은 펀치감 있는 소리를 만들고, 현의 장력도 높아지는 편입니다. 높은 장력 위에서 힘 있게 밀고 나가는 소리가 이 베이스의 성격이며, 현을 강하게 때리는 연주에서 그 힘이 잘 느껴집니다.
듀얼 트러스 로드와 넥 두께의 이유
5현 모델은 4현과 트러스 로드 구성이 다릅니다. 이 베이스는 듀얼 트러스 로드 구조이며, 고가 베이스에 주로 쓰이는 카본 파이버 트러스 로드를 넥 안에 두 개 넣었습니다. 넥의 구조 강성을 높여 주는 장치이므로, 두꺼운 넥과 함께 보면 넥 자체를 튼튼하게 만든 이유가 이해됩니다.
넥이 휘는 것을 잡아 주는 구성이라 세팅 안정성을 중시하는 연주자에게 의미가 있습니다. 스펙 도면에도 이런 부분이 세밀하게 표시되어 있어, 설계 단계에서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보입니다.
액티브와 패시브, 두 가지 소리
이 베이스에는 액티브와 패시브를 바꾸는 스위치가 있습니다. 액티브 모드에서는 프리앰프가 작동하며 출력이 커지고 EQ 폭이 넓어집니다. 프리앰프는 마커스 밀러 Heritage-3입니다. 패시브 모드는 프리앰프를 거치지 않는 세팅이라 픽업이 가진 원래 소리가 더 정직하게 들립니다.
패시브 모드에서는 볼륨이 액티브보다 낮게 들리는 편입니다. 외부 프리앰프나 앰프로 레벨을 맞추면 출력 차이를 줄일 수 있고, 녹음할 때는 오디오 인터페이스에서 게인을 올리는 방식으로도 보완할 수 있습니다. 공연 규모가 작아 장비를 많이 가져갈 수 없는 날에는 이 베이스 하나만으로 두 모드를 모두 써야 하므로, 두 모드의 차이를 미리 익혀 두시면 편합니다.
3밴드 EQ로 만드는 톤의 결
EQ는 베이스, 미드, 트레블 3밴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미드는 80Hz에서 2000Hz까지 스윕되어 중음 대역을 원하는 위치로 정할 수 있습니다. 액티브 모드에서 저음을 올리면 고음과 함께 감싸는 듯한 소리가 만들어지고, 미드를 살짝 올리면 날카로운 V자 톤이 쉽게 잡힙니다.
블렌더는 프론트와 리어 픽업의 비율을 조절하는 노브입니다. 리어 픽업을 쓸 때 패시브 톤 컨트롤을 함께 쓰면 떡처럼 쫀득한 질감을 살릴 수 있습니다. 다만 EQ 노브를 돌리면 고음이 함께 움직이는 경우가 있고, 미드 반응도 다소 민감하게 느껴질 수 있어 세밀하게 맞출 때는 여러 번 확인하셔야 합니다. 볼륨 노브는 두 단으로 쌓인 구조라 높이가 있는 편이니, 좁은 케이스에 넣을 때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슬랩과 핑거링에서 나오는 소리
슬랩 톤은 펑키하고 탄력 있는 질감이 살아납니다. 프론트 픽업으로 슬랩하면 EQ를 맞춘 상태에서 소리가 꽤 좋게 나오고, 액티브 모드의 저음이 힘 있게 받쳐 줍니다. 리어 픽업 슬랩은 기대만큼 두드러지지 않는 편이므로, 슬랩 중심의 연주라면 프론트 쪽을 기준으로 세팅하시길 권합니다.
핑거링은 중음이 깔끔하게 나오고 소리의 전달이 안정적입니다. 다만 로우 B는 다소 약한 편입니다. 펜더 스타일 헤드스톡 구성을 생각하면 로우 B가 약하게 들리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되는 부분입니다. 연주 위치를 조금 뒤쪽으로 옮기거나 손의 터치로 보완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이런 분들께 어울립니다
- 손이 크고 두꺼운 넥의 그립을 선호하는 분
- 슬랩과 핑거링을 모두 쓰며 다양한 질감을 찾는 분
- 소규모 공연이나 레코딩에서 베이스 한 대로 액티브와 패시브를 오가며 쓰려는 분
- 원목 외관과 탄탄한 소리, 넓은 음역을 함께 원하는 분
5현 모델은 두꺼운 넥과 넓은 음역을 감당할 수 있는 연주자에게 맞습니다. 4현 모델도 함께 나오므로 넥 굵기가 부담스러운 분은 4현을 먼저 살펴보시면 좋습니다. 얇은 넥을 선호하거나 빠른 속주 중심으로 연주하신다면 넥을 직접 잡아 보신 뒤 결정하시길 권합니다.







